교과서에는 분명 엄선된 작품만 모여 있을 진대, 교과서에만 나오면 특히 진부해 보이고, 식상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시험을 위한 목적 있는 감상 때문인지 딱히 처음부터 아름답다고 감상할 기회 조차 가지지 않았었고, 무엇이 이 그림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 전부터 수없이 많이 아무 생각 없이 봐온 탓일까요? 작가에겐 상당히 억울한 일이겠지만 유명할 수록 진부하고 여러 번 볼 수록 그림을 생각 없이 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네요. 오히려 나중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스스로 찾아 보게 된 거장들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리고 미술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림들이 더 특별한 감흥을 주었지요. 심미안을 가지고 개인의 기호에 맞는 그림을 만났을 때 더욱 의미 있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혹 내 아이도 어려서 본 그림을 식상하게 여기지나 않을까 싶어 그림을 보여주면서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생각 할 기회 없이 보여주는 그림들은 아이에게 그림에 대한 관심도를 감가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말이지요. 다행히, 요즘엔 우리말로 된 유아용 예술서들이 많이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소개해주고 다각도로 접근하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하며 딱히 알 맞는 책을 못 찾던 중 발견하게 된 제임스 메이휴(James Mayhew)의 "Katie's..." Series는 그림에 대한 막막한 첫인상을 친근하게 바꾸고 새로운 스토리를 가진 생생히 살아있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변신시켜 주었답니다. 액자 속 명화처럼 보이는 6권을 우선 찍어 보았습니다.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액자 프레임 속 명화의 한 장면을 보듯이 그려져 있지요.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관 속 명화 탐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액자와 같은 프레임이 없는 나머지 두 권은 Katie in London과 Katie and the Dinosaurs인데 앞의 6권과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런던 여행과 공룡탐험을 각각 다루고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Katie's Picture Show, Katie and the Dinosaurs, Katie in London을 제외하고 5권이 번역 되었어요. 제가 제 블로그에 책 소개를 올리던 시점에는 세 권만 번역되어 있었는데 올 10월에 따끈따끈한 번역본이 두 권 더 나왔네요. 다만 번역본에서 아쉬운 점은 원서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덜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느낌은 각 책마다 그 그림에 맞는 글씨체가 사용된 점인데- 모나리자 책의 고딕체와 고흐 그림 위의 흘림체를 봐도 알 수 있죠- 그런 느낌이 번역본에서는 한글서체로 바뀌면서 느낌이 덜해진 것이 아쉽습니다. 글씨도 일러스트레이션의 중요한 일부분인데 이것이 바뀌면서 포스가 급감했네요. 이 책의 매력 중의 하나는 그림 책의 맨 뒷면에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르네상스’ 등 각 책의 부제와 함께 작가와 작품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그림 저 그림 아무 연관 없는 그림들을 이야기 되는 대로 뒤죽박죽 섞어놓은 것 같지만, 시대별.장르별로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 아래 엄선된 작품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저자 제임스 메이휴(James Mayhew)는 본 글의 하단 부분에 ‘저자 소개’로 따로 설명하겠지만 작가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케이티 시리즈의 첫 작품도 Katie's Picture Show로 영국에서 1989년에 처음 출간 되었습니다. 제임스 메이휴가 원래 시리즈가 아닌 단편으로 출간하려는 목적이었는지, 이 책 이후 91년에 Dinosaurs를 출간 후 상당기간의 공백 후 97년에 Impressionists, 98년 Mona Lisa, 2000년 Sunflowers, 2003년 London, 2004년 Katie in the Bathers, 2006년 Katie and the Spanish Princess가 차례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의 그림도 초기작의 느낌이 조금 다르니, 초기작부터 출간 순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1989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케이티의 그림쇼(Katie’s Picture Show)"는 런던 아트 갤러리의 그림들을 탐험하는 이야기입니다. 케이티는 시공을 초월해 그림 액자 속으로 들어가 그림 속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소재로도 흥미진진한 사건을 이끌어 냅니다. 이 그림에서 저 그림으로 왔다 갔다 하며 그림 속 캐릭터들을 미술관 내로 불러 들이기도 하고,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그림들도 케이티로 인해 서로 같은 사건에 연루되며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게 되죠. 이 책을 본 후 미술관에 가면 아이들이 여러 점의 그림을 놓고 상상력을 발휘해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독후 활동으로 여러 점의 각기 다른 주제와 시대의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꾸며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제가 출판 년도를 확인하기 전, 이 책이 다른 책들과 그림의 필선과 색감에 있어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 사람이 유명해지면서 문하생을 두고 그림을 그리게 한 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책들에 비해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 출판 년도를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죠. 이후의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지 못하고 상당시간 공백을 둔 것을 보고 작가가 Katie시리즈의 첫 권으로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해 여타의 시리즈를 기획하지 못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로의 입지를 좀 더 굳힌 뒤 시리즈를 출간하게 된 건 아닌가 저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용 구성은 다른 책들과 비슷합니다. 눈에 잘 띄는 빨간 옷을 입은 Katie가 할머니와 함께 런던 아트 갤러리에 갑니다. 할머니는 늘 다리가 아프거나 피곤하셔서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Katie가 종횡 무진 홀로 미술관을 누비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케이티, 인상주의화가를 만나다(Katie Meets the Impressionists)” 편에서는 런던, 파리에 있는 모네, 르느와르, 드가의 그림이 소개됩니다. 초기작에는 런던에 소장된 작품만 그려졌는데, 이번 책은 인상주의의 화풍에 따라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 또한 예술입니다. 그림책의 주제에 미술사조가 드러나 있지만 이 책 이후부터는 다른 주제를 내세우고, 부제에 미술사조적 분류를 명시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뒤에 소개될 책들은 치밀히 계산된 미술사조별 시리즈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림도 훨씬 안정감 있게 보이고 초기작품보다 정성스러워 보입니다. 모든 페이지를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만큼 모든 일러스트레이션이 원작 못지 않은 풍성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리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드가의 그림 중 “Her First Evening Out”이라는 작품 - 꽃 다발을 들도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소녀의 옆모습 그림 - 속으로 Katie가 들어갔습니다. 관중석의 표를 확인하는 직원을 피해 달아난 곳이 또 다른 드가의 유명한 그림 속 한 장면이네요. 그리고 다시 Katie가 공연장 뒤 분장실로 가 “The Blue Dancers”라는 역시 드가의 다른 작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림 속 미로 찾기처럼 세 개의 그림을 연달아 줄줄이 이야기로 꿰어내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인상주의의 은은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실컷 느낄 수 있답니다.   “케이티와 모나리자(Katie and the MONA LISA)”의 미술사조별 부제는 '모나리자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입니다. 내용은 진정한 웃음을 찾기 위한 모나리자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나리자의 애매모호한 웃음에 대해 ‘웃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울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성병으로 인해 안면근육 이상으로 보여진다’는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만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녀 앞에 광대와 음악가들을 동원해 그녀를 계속해서 웃게 만들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이 일화가 이 책에도 언급이 됩니다. Katie는 슬프고 외로운 모나리자의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하여 이 그림 저 그림 속으로 데리고 다닙니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 입니다. 보티첼리의 유명한 “프리마베라(봄)”인데, 원화 못지 않은 색감으로 보는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조금 더 줌인 해서 보여드리지만, 디카 해상도가 좋지 못해 책만큼 느낌이 덜해 아쉽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보티첼리의 그림에 대한 인상이 더욱 확실해지고 애착이 갈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그림은 제임스 메이휴식 보티첼리 패러디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모나리자와 Katie는 이곳에서 사고를 치고 그림의 춤추는 여인들이 모두 그림으로부터 빠져 나오게 됩니다. 게다가 또 다른 그림 속의 나는 사자와 용들도 그림에서 빠져 나와 일대 혼란이 야기되었다가 가까스로 다빈치의 그림 속 뮤즈,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에 의해 진정되고 이 혼란을 통해 모나리자가 웃음을 되찾는 내용이네요.   “케이티와 해바라기(Katie and the Sunflowers)”의 부제는 The Post-Impressionist / 후기 인상주의파입니다.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빈 센트 반 고흐 (1853-1890), 폴 고갱(1848-1903), 폴 세잔(1839-1906)의 그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는 그림 속 그림 찾기입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물고 달아나는 강아지를 따라 역시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 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임스 메이휴가 재 해석한 고흐의 그림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오른쪽 그림은 카페 종업원이 Katie일행의 소란으로 접시를 쏟게 되자, 종업원이 이들을 뒤쫓기 시작하고 Katie는 따라오는 종업원을 떼어 놓기 위해 폴 세 잔의 '사과와 오렌지가 있는 정물'의 식탁보를 잡아 당깁니다. 결국 강아지는 폴 고갱의 그림 속 빨간 털의 강아지 앞에서 멈추고, 이 두 강아지가 덕분에 보물상자도 발견하게 됩니다. Katie는 강아지가 지금까지 달려오는 길에 떨어진 해바라기 씨를 따라 돌아온 길을 되짚어 가며 쏟아진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 정물도 제 자리에 돌려 두고 고흐 그림 속의 카페 종업원에게 보물상자 속 금화로 변상한 뒤 해바라기 꽃병을 제 자리로 돌려 놓는 이야기로 마무리 됩니다. 매주 복잡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 어수선한 와중에도 후기 인상주의 작품 감상은 나름 다 한 셈입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책은 “런던에 간 케이티(Katie in London)” 입니다. 주위를 환기 시키고 싶었던 걸까요? 줄곧 미술관, 박물관 탐험을 하던 Katie가 이번에는 런던 여행을 하네요. 개인적으로 제임스 메이휴의 예술작품 소개 시리즈가 끝나면 런던을 필두로 세계 여러 도시들을 탐험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내심 기대해봅니다. 이 책에는 처음으로 Katie의 남동생인 Jack이 등장하는데, 이 남동생이 앞으로의 시리즈에 계속 등장하며 새로운 활약을 펼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저희 아이들이 뭔가 반짝 하고 떠오른 듯 입을 맞추어 듀엣 곡을 불렀답니다. "London bridge's falling down~~♬♪" 그래서 저는 “이 다리의 원 이름은 Tower bridge이고 London Bridge는 따로 있거든. 그런데 워낙 이 다리가 런던의 대표적 명소다 보니 사람들이 제 이름 놔두고도 런던 브릿지로 부르게 되었다더구나” 하는 부연설명도 잊지 않았지요. 이후 Katie는 런던의 상징 London Eye를 보고 Big Ben이 11시 정각을 울리자 버킹엄 궁전 앞 근위병 교대 식에 참석하고 하이드 파크에서 잠시 쉰 뒤 트라팔가 광장으로 되돌아 오는 내용입니다. 아~~저도 런던으로 가서 Katie의 자취를 따라 관광객의 물결에 휩싸이고 싶어집니다.   “케이티와 멱감는 사람들(Katie and the Bathers)”란 제목만 보면 내용을 상상하기 힘드실 것입니다. 자 이쯤 되면 저자의 속내 - 이 책의 본 의도인 부제가 궁금해지시죠? 이번엔 어떤 화풍일지 궁금해지신다면 지금까지 드린 책의 설명을 성실히 읽으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홱 넘겨 맨 뒷장을 먼저 훔쳐보면 “More about the Pointillists”으로서 (여기서 Pointillism이 점묘법 이라는 사실 - 저도 이 단어는 첨 듣는데 저만 문외한이었나요?) 쇠라(1859-91), 폴 시냑 (1863-1935), 카미유 피사로(1830-1903)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앞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원화에 기반해 그 느낌을 충실히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Katie가 관심을 쏟는 것은 주로 제 또래의 아이들이라, 책을 읽는 아이들도 더 친근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쇠라의 "아니에르에서의 수영" 이라는 작품에 들어간 Katie는 빨간 모자의 소년과 함께 수영을 하게 됩니다. 이들이 프레임에 걸터 앉자 그림이 한 쪽으로 기울여 지게 되고, 이 때문에 미술관 내에 물이 철철 흘러 넘치게 됩니다. 소년과 Katie가 미술관에서 물을 첨벙 거리며 장난을 하던 중 쇠라의 유명한 그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속의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를 만나고, 그랑드 자트섬의 엘레강스한 인물들도 모두 미술관으로 발을 내딛고 들어옵니다. 점점 물이 많아지자 쇠라의 그림 '옹플뢰르 항구'에서 배를 끌고 와 여러 그림 속 인물들을 태워 주고 젖은 옷은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 '빨래 너는 여인' 에게 옷을 말려 달라고 부탁하지요. 마지막으로 폴 시냑의 그림 '펠릭스 페네옹'의 펠릭스가 마술을 부려 물을 다 없애고 모든 걸 원상복구해줍니다. 스토리만 들으면 복잡하지만, 워낙 일러스트레이션이 풍부해 그림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답니다.   8번째로 소개해 드릴 책은 “케이티와 스페인 공주(Katie and the Spanish Princess)”입니다.   지금까지의 미술사조에 따라 구성된 다른 책들과는 달리 ‘The Spanish School of Artists-스페인의 미술가들’이란 부제를 주제로 벨라즈케(1599-1660), 무릴로(1617-1682), 고야(1746-1828)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벨라즈케의 그림 속 어린 마가리따가 Katie와 서로 옷을 바꾸어 입고 함께 미술관 안을 다니며 그림 구경을 합니다. 고야의 그림에 날아온 제비가 공주 옷의 장식품을 물고 달아나자 그것을 되찾기 위해 두 소녀가 또 다른 고야의 그림 속으로 헤매고 다닙니다. 이때 무릴로 그림의 한 소년이 재치를 발휘하여 곡식 낱알을 떨어뜨려 새를 불러 모아 장식품을 되찾는 걸 도와줍니다. 이제 새도 고야의 그림 속으로 되돌려주고 가려는데, 어디선가 공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바로 벨라즈케가 그린 초상화 속의 필립4세가 딸을 부르는 것입니다. 아빠에게 옷을 바꿔 입은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모두 각자의 그림 속으로 돌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