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오리들에게 길을 비켜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한글 번역판도 나와 있는 로버트 머클로스키의 이 작품은 그림 작가가 글도 쓴 것으론 상당한 이야기 솜씨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보통 사람이 보아도 기본기가 잘 다져진 사실적인 그림은 조금은 과장된 듯한 소재도 선뜻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 작품으로 칼데콧 본상을 수상하였다. 엄마 오리와 여덟 마리의 아기 오리가 도심을 가로질러 아빠 오리가 있는 작은 섬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오리 가족의 행진을 교통을 통제하면서까지 도와주는 경찰과 시민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배경이 1940년대 초, 미국이 대공황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니지 못한 시점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 작가는 오리 가족에 대한 시민들의 배려를 그리면서,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머클로스키는 이 작품에서 사실적이면서 부드러운 선으로 오리 가족의 모습과 보스톤 시내 풍경을 잘 그리고 있다.오리가 하늘을 날면서 내려다 보는 시내의 풍경 등은 원근감을 잘 살려 거리감과 속도감을 준다.갈색 콘테 하나만으로도 정지된 것과 움직이는 것의 구분이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머클로스키의 역량을 말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놓치기 아까운 점은 아기 오리 여덟의 같지만 다른 외양의 묘사이다. 그와 함께 아기 오리 여덟의 이름도 흥미롭다.Jack, kack, Lack, Mack, Nack, Ouack, Pack, Quack인데 꽥꽥거리는 소리의 의성어로 어찌 이리 비슷한 어감의 다른 이름이 있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번역본에서 찾아보니 잭, 캑, 랙, 맥, 낵, 왝, 팩, 쾍 이라고 그대로 쓰여 있는데 의성어가 주는 느낌은 우리에게도 저절로 전달되면서 잘 다가온다.Make Way for Ducklings은 아이들에게 여러 번 읽어 주어도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좋은 책이다.